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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글로벌 중추국가의 '실리 외교'…한미일 넘어 중국으로 확장

튼튼한 '한미일' 동맹, 대중 외교 기반돼 한국, 중국에겐 '한미일' 중 가장 가까워 윤, 중국에 관계 복원 신호…비판 사라져 중-러 오랜 연대…'러북' 견제 발상은 과용

등록일 2023년09월30일 01시43분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윤석열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뉴델리 마하트마 간디 추모공원인 라즈가트를 방문해 헌화에

      앞서 대기실에서 리창 중국 총리와 환담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3.09.10.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의 외교폭이 확장됐다. 지난 1년 '미국' '일본'에 집중됐던 외교 전략은 2년 차에 접어들며 '중국'까지로 확대되고 있다.

특히 지난 23일 한덕수 국무총리를 만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먼저 방한 의사 표명을 하며 우호 관계에 대한 의지를 내비쳤다. 한미일이 안보 협력을 강화하자 중국이 한국을 관리할 필요성을 갖게 된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의 이같은 발언은 한미일 동맹이 '북중러 연대'에 불을 지필 것이라는 일각의 우려도 상당히 불식시키고 있다.

한국과 중국은 오랫동안 교류해 온 이웃 나라다. 불편한 상태를 유지하는 건 두 나라 모두 '실리'를 고려할 때 현명하지 않다. 경제도 안보도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기 때문이다.

다만 중국을 지렛대로 삼아 '러시아-북한'을 견제하겠다는 기대는 성급하다는 게 전문가의 의견이다. '중국-러시아'의 연대는 변함없이 견고하다. 중요한 건 소통의 끈을 놓지 않는 것이다.

◆윤 대통령의 '한미일' 동맹, 중국 움직일 동력 됐다

윤석열 정부의 대중 외교는 한미일 동맹이 단단히 뿌리를 내린 덕분에 가능했다. 한미일 동맹은 그 자체로 중국을 움직이게 하는 카드가 됐다.

한미일 3국의 안보·경제 상시 협의체제인 이른바 '캠프 데이비드 체제' 구축은 아시아태평양 지역 소다자 체제의 새로운 역사다.

한국, 미국, 일본은 세계적으로 재래식 군사력이 가장 강력한 국가 6개국 중 3개다. 특히 '워싱턴 선언'을 통해 한국은 개별 국가로는 처음으로 미국으로부터 핵우산(핵 확장억제)에 대한 명문화된 약속을 받아낸 상태다.

경제 결속 측면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한미일 3국은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과 교역규모의 3분의 1을 차지한다. 세 나라 모두 세계 7개국뿐인 3050클럽(1인당 GDP 3만 달러 이상, 인구 5000만명 이상) 국가들이다.

주요2개국(G2)로 미국과 경쟁 중인 중국에 한미일의 이같은 결속은 썩 달갑지 않을 일이다.

한 외교 관계자는 "중국에 한미일은 외교적으로 '필요한' 상대다"며 "한미일의 결속을 보며 중국이 '가만히 있기는 힘들다'는 판단을 한 것 같다. 결국 캠프데이비드 체제가 오히려 중국을 국제 무대 위로 끌어올리는 효과로 이어진 것이다"고 분석했다.

'가만히 있을 순 없다'는 판단을 한 중국이 가장 먼저 접근한 건 한국이다. 중국에게 한국은 한미일 3국 중 다가서기 가장 쉬운 국가다.

이 관계자는 "한국과 중국은 지리적으로 일단 가깝다. 또 일본과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로 등을 돌리고 있는데 한국까지 척질 경우 자신이 손해라는 생각을 했을 거다"며 "그러니깐 관계 개선을 위해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가는 것"이라고 했다.

지난 23일 중국 항저우에서 한 총리를 만난 시 주석은 왕이(王毅)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과 동행했다. 정부 고위급 관계자는 "중국 측에서도 한중 관계를 관리해 나가고자 하는 생각을 갖고 왕이 부장도 함께하지 않았나 싶다"고 평가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메릴랜드주에 위치한 미국 대통령 별장 캠프 데이비드에서 한미일

      정상회의 일정을 마친 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기념촬영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3.08.19.   뉴시스

 

 

◆윤 유엔총회 연설, '중국' 없었다…물밑 소통 이어졌다는 뜻

우호적인 관계가 간절한 건 우리도 마찬가지다. 윤 대통령으로서도 중국은 놓칠 수 없는 국가다.

윤 대통령은 공공연하게 "외교가 경제고 경제가 외교"라고 말하는 사람이다. 2003년 이래로 중국은 대한민국의 제1위 교역국이라는 지위를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다. 중국 해관총서(세관)에 따르면 중국에도 한국은 제3위 교역대상국이다(2022년 기준). 중국 외교를 놓치는 건 큰 시장을 버리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올해 하반기 꾸준히 중국에 관계 복원의 신호를 보냈다.

올해 윤 대통령의 유엔총회 기조 연설엔 중국이 없었다. 작년 같은 자리에서 '힘에 의한 현상 변경'을 언급하며 중국을 꼬집었던 것과 비교하면 확연히 다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 리창(李强) 중국 총리가 한일중 정상회의 개최에 공감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다시 말하자면 중국과 관계가 개선됐기 때문에 굳이 중국을 향한 비판의 메시지를 넣지 않았다는 뜻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9월에도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정상회의 직전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한일중 3국 간 협력도 다시 궤도에 올려놓아야 한다"고 했다.

한국과 중국의 관계가 갑작스럽게 개선된 건 아니다. 실무급부터 고위급으로 소통 라인은 멈추지 않고 움직였다.

정부 고위급 관계자는 "SOM(동아시아 정상회의 고위관리회의)을 시작으로 한일중 외교장관 회의, 한일중 정상회의가 이어질 것"이라며 "시 주석의 '방한' 의사는 양국의 외교 라인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것을 가시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일중 정상회의 개최 시점은 올해 연말, 12월께가 유력하다. 이 관계자는 "한일중 정상회의 이후 한국에서 '한중 정상회의'가 열릴 것"이라며 "이 모든 게 양국의 메시지, 소통 라인의 관리가 끊이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고 밝혔다.

◆중국과 러시아, 연대 견고…'러-북' 견제 카드 발상은 과용

다만 중국과 관계가 조금 개선됐다고 이를 '러·북 밀착의 견제 카드로 쓰겠다'는 발상은 착오라는 게 전문가의 설명이다. 

한 안보 연구실 소속 관계자는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시 주석의 방한 발언이 나오면서 국내에서 '중국이 북중러 연대에서 거리를 두는 것', 나아가 '중국이 러북 관계에 브레이크를 잡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며 "그러나 과도한 해석"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과 러시아는 상당히 긴 시간 강력한 연대를 구축한 역사가 있다"며 "그 관계를 우리가 갈라놓을 순 없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지금 우리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중국과 협력할 범위를 확인하고 구축하는 것, 그리고 이를 위해 멈추지 않고 소통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제 주목할 건 올해 연말 열릴 '한일중 정상회의'다. 고삐를 쥔 건 윤 대통령이다. 이 자리에서 3국이 어느 만큼의 협력 공간을 확보하는지가 외교 무대에서 윤 대통령의 성적표가 될 전망이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개막식 참석 차 중국을 방문한 한덕수 국무총리가 23일(현지시간) 중국 항저우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양자 면담을 하기 위해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국무총리실 제공) 2023.09.23.

 

 

뉴시스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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