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표의 빈자리 뉴시스
입원 단식 중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자신에 대한 체포동의안 표결 하루 전인 20일 사실상 부결을 요청하는 입장문을 올려 당 안팎에서 거센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재명 대표는 이날 오후 페이스북에 "명백히 불법부당한 이번 체포동의안의 가결은 정치검찰의 공작수사에 날개를 달아줄 것"이라며 "검찰독재의 폭주기관차를 국회 앞에서 멈춰세워 달라"고 호소했다. 사실상 당에 부결을 촉구한 셈이다. 지난 6월19일 불체포 특권 포기를 선언한 지 93일 만에 말을 뒤집은 것이다.
이에 비명계에서는 이 대표의 부결 메시지가 단식 동정론에 '역효과'를 일으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가 국민을 속였고, 국민을 상대로 거짓말한 것이라고 공세를 폈다.
한 비명계 의원은 이날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참 속상하다"며 "이게( 이 대표의 페이스북 글) 도움이 될 거라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한 쪽에서 강경하게만 가면 당이 엉망이 될 것 같다. 가결된다면 어떻겠나. 당이 난리나지 않겠나"라며 "한 쪽에 명분을 좀 주고 설득하고 그래야 하는데, 명분도 주지 않고 계속 몰고가기만 한다면 가결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투표 결과에 대한 표 계산이 가능한 지 묻자 "(표결에) 가봐야 안다"면서도 "저는 이거 수습 잘 못하면 가결될 수 있다고 본다"고 전했다.
또 다른 비명계 의원은 이 대표 입장문을 봤는지 묻자 "안 본 것으로 하겠다"고 잘라 말했다. 이 대표의 입장문과 관계없이 소신대로 투표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2023.09.20. 뉴시스
국민의힘은 이 대표를 향해 "국민을 속였다"고 맹비난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뉴시스 등과 만나 "당당하게 걸어서 가겠다고 하지 않았나"라며 "거짓말한 것"이라고 밝혔다.
유상범 수석대변인도 "이 대표가 그동안 뒤에 숨어서 체포동의안 부결을 조장하더니 이제는 드디어 전면에 나서 민주당 전체에 체포동의안 부결을 지적했다"며 "결국 지난 6월 이 대표가 국민들 앞에서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겠다고 호기롭게 외치던 그 말은 거짓임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전주혜 원내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이 대표가 체포동의안 표결을 앞두고 많이 불안한가 보다"라며 "이 대표의 말대로 검찰의 영장청구가 황당무계하고 증거가 없다면 법원은 응당 기각하게 된다"고 했다.
전 원내대변인은 "이 대표는 지금 정치검찰의 공작수사라고 주장할 것이 아니라 법정에서 당당히 자신의 무죄를 증명하라"며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부결은 이재명과 공범이 되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전국 시·도당위원장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3.09.20. 뉴시스
이 대표 체포동의안은 이날 오전 본회의에 보고됐다. 국회법상 '보고 후 24시간 뒤, 72시간 이내 표결'이 진행돼야 함에 따라 오는 21일 예정된 본회의에서 표결이 진행될 예정이다.
민주당 내에서는 체포동의안 표결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를 놓고 엇갈린 반응이 나온다.
친명계에서는 현 상황을 검찰의 정치탄압으로 규정하며 부결로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비명계에서는 이 대표가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겠다고 발표 바 있는 만큼 '방탄' 프레임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가결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