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농단 의혹에 연루된 법관들에 대한 징계가 결정된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의 모습이 보이고 있다. 대법원에 따르면 법관징계위원회가 사법농단 의혹에 연루된 법관 13명에 대한 4차 심의기일을 열고 품위손상과 직무상의무 위반 등으로 정직 3명, 감봉 4명, 견책 1명, 불문 경고 2명 등 10명에 대한 처분 및 나머지 3명은 징계사유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결론을 지었다. 2018.12.18. 뉴시스
노동계는 11일 근로자 과반의 동의를 받지 않은 불리한 취업규칙 변경은 원칙적으로 '무효'라는 대법원 판결에 대해 환영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이날 논평을 내고 "기존 판례에서 인정해왔던 사회통념상 합리성 이론을 폐기하고, 새 판례를 세웠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날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현대자동차 간부 사원들이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부당이득금 반환 소송' 상고심에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전원합의체 대법관 13명 중 7명이 기존 판례를 변경하는 파기환송 의견을 냈다.
앞서 현대차는 지난 2004년 주5일 근무제 도입을 명분으로 과장급 이상 간부에게 적용되는 '간부사원 취업규칙'을 따로 만들었다. 기존 취업규칙에 있던 월차 유급휴가 조항을 삭제하고, 연차휴가 일수를 25일로 제한하는 내용이었다.
현대차는 당시 간부 사원 중 89%의 동의를 받았다. 하지만 노조 동의는 받지 않았다. 이에 현대차 간부 사원들은 취업규칙이 기존보다 불리해졌는데, 회사가 근로자 동의를 제대로 받지 않아 무효라며 연월차 수당을 지급하라고 주장했다.
근로기준법 제94조1항은 사용자가 취업규칙을 노동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는 경우 노조 또는 근로자 과반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그간 대법원은 노조 또는 근로자 과반의 동의를 받지 않은 경우라도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다면 예외적으로 변경된 취업규칙의 효력을 인정해왔는데, 이날 대법원 판결은 기존 판례를 뒤집은 것이다.
2심은 해당 취업규칙 변경이 근로자 동의가 없었을 뿐만 아니라 사회통념상 합리성 기준에도 맞지 않아 무효라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아닌 '근로자 동의' 여부를 살펴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다만 대법원은 근로자 측이 이러한 집단적 동의권을 남용했는지 별도로 따져볼 필요는 있다고 부연했다.
한국노총은 "이번 현대차 사건의 경우 사측이 개별 동의를 근거로 근로자 집단 동의 절차를 받지 않음으로써 노조를 무력화한 대표적 사례"라고 지적했다.
특히 "사회통념상 합리성은 주관적 개념으로, 뚜렷한 기준 없이 누가 판단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어 공정성에 문제가 많았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번 판결을 계기로 대항력이 약한 개별 노동자를 움직여 노조를 무력화하고, 근로조건을 개악하려는 일체의 시도가 종식되길 바란다"며 "아울러 집단적 동의권은 사실상 남용으로 인정되지 않는 방향으로 해석돼야 한다"고 했다.
이날 한국경영자총협회는 논평을 내고 "사회통념상 합리성은 근로자 집단의 동의가 없더라도 유효성을 인정하는 것으로, 그동안 우리 노동법의 경직성을 다소나마 완화했다"며 "이를 부인하는 판결을 내린 것에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