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2022.07.13. 뉴시스
한국은행이 수정 경제전망을 내놓는 가운데 올해 소비자물가가 사상 처음 5%대가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8, 9월 물가가 더 뛸 것으로 예상돼 시장에서도 이를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25일 한은에 따르면 금융통화위원회는 이날 통화정책방향회의 직후 수정 경제전망을 발표할 예정이다. 바로 직전인 5월 경제전망 당시 한은은 소비자물가는 올해 4.5%, 내년 2.9%를 예상한 바 있다. 국내총생산(GDP)성장률은 올해 2.7%, 내년 2.4%로 내다봤다. 정부 전망치(2.6%)나 국제통화기금(IMF) 전망치(2.3%)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이미 1~7월 누적 물가가 4.9%로 한은 전망치인 4.5%를 훌쩍 넘어선 상황이다. 연간 물가가 5%를 넘어선 건 외환위기였던 1998년 7.5% 이후 아직 없다. 당시 IMF 구제금융 관련으로 경제성장률, 물가 등을 발표하지 않았다.
성장률 전망치 역시 하향 조정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은 1분기와 2분기 각 0.6%, 0.7% 성장하면서 0%대 성장을 이어왔다. 한은 전망치인 2.7%를 달성하려면 3, 4분기 각 0.3%포인트씩 성장해야 하지만 무역수지 악화와 설비·건설투자 하락, 민간소비 부진으로 가능성이 낮은 상황이다.
코로나19 재확산과 주요국의 통화 긴축, 높은 물가, 중국과 미국 경기 침체 등 경제 하방리스크가 여전해서다.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경우 중국과 미국 경기 침체는 수출을 비롯한 대외 여건을 악화시킬 수 있다.
2분기의 경우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로 민간소비가 3% 늘어나면서 비교적 선방했지만 3, 4분기에는 코로나19 재확산과 글로벌 경기 부진 등으로 소비, 수출이 둔화될 것으로 관측된다.
경제전문가들도 올해 5%대 물가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경제동향 8월호를 통해 소비자물가가 올해 5.1%를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직전 전망과 비교해 1.2%포인트나 올린 것이다. 내년에는 3.3%로 상승폭이 축소될 것으로 예상했다. 또 올해 성장률은 2.4%로 지난 4월(2.6%)보다 0.2%포인트 낮췄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올해 물가에 대해 기존 4.1%에서 5.3%로 수정했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올해 소비자물가는 수요 측 물가 상방압력 증대, 원화 약세 장기화에 기인한 수입물가 부담 가중으로 당초 예상보다 큰 폭으로 상승했다"면서도 "주요 원자재 가격과 운송비용 하락 전환으로 공급측 물가압력이 경감됨에 따라 물가 상승세는 3분기를 정점으로 완화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기존 2.6%에서 2.5%로 소폭 하향 조정했다. 글로벌 경제 하방위험이 확대되고 있지만 국내 경제는 상반기 성장률이 양호했고, 하반기는 민간소비 회복세가 수출·투자 둔화를 상쇄하면서 기존 전망보다 0.1%포이느 낮아지는 데 그칠 것이라는 시각이다.
한은도 앞서 국회 업무보고에서 "하반기 이후 주요국 금리 인상 가속, 우크라이나 사태 등에 따른 글로벌 경기 둔화로 국내 경기의 하방리스크가 증대될 것"이라며 "올해 경제성장률이 지난 5월 전망수준을 소폭 하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지만 삼성증권 연구원은 "최근의 수출 경기 약화와 지난 5월 이후의 물가 궤적을 감안하면 성장률 전망은 추가 하향조정이, 물가 전망은 추가 상향이 불가피하다"며 "성장률 전망은 올해 2.6%, 내년 2.0%로, 물가 전망은 올해 5.4%, 내년 3.2%로 전망한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