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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특집]남녀·세대 갈려쳤던 청년 정치, 22대엔 거듭날까

남녀 갈등-세대 갈등 활용한 갈라치기 정치 청년 정치 불신 고조…코인 거래 도덕성 상실 "구태화 회의적" vs "미래 정치인 육성 필요" 육성시스템·자금 등 현실적 한계 지적도

등록일 2024년01월01일 09시52분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25일 오후 경기 수원시 권선구 선거연수원에서 열린 '2019 유권자 정치페스티벌' 개막식에서 청년유권자들이

                      플래시몹을 펼치고있다. 2019.10.25.    뉴시스

 

 

21대 국회에선 청년 정치에 대한 기대감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았다. 하지만 청년 정치는 갈라치기 정치를 유발하면서 대결의 정치를 더욱 부추겼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등 젊은 정치인들이 남녀와 세대를 갈라치는 정치를 주도하면서 정치판이 아수라장이 됐다. 게다가 코인 거래 등으로 청년 정치인의 부도덕 행위가 만연하면서 청년 정치인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586세대 극복을 주창하며 세대교체론을 펴고 있다. 789세대가 정치판의 새 주역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야당에서도 586세대 퇴진론이 나오고 있다.

선거 때마다 여야 모두 중진 의원 물갈이론이 고조되면서 청년 인재는 총선 전략의 핵심 중 하나로 여겨졌다. 청년은 변화와 혁신의 상징이다. 청년 정치인들이 청년 정치인들이 기성 정치인들의 구태 정치를 벗어나 국가 발전과 국민 삶의 질을 제고하는 실용적 정치를 펼칠 것이라는 기대감이 때문이다.

22대 총선을 앞두고도 여야 구분없이 '혁신' 이미지를 앞세우며 젊은 인재 영입에 총력전을 펴고 있다.

정계에서는 젊은 정치인의 연령 기준은 다소 높은 편이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에서는 만 45세까지 청년으로 분류된다. 정의당의 경우에만 만 35세 이하로 비교적 현실 기준에 가까운 편이다.

21대 총선에서는 여야 모두 청년 정치인의 입성이 두드러졌다. 무소속 김남국 의원, 민주당 오영환, 장경태, 장철민, 전용기 의원, 정의당 류호정, 장혜영,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 등을 비롯해 박지현 전 민주당 공동비대위원장이나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를 예로 들 수 있다.

그러나 일부는 남녀 갈등을 활용한 갈라치기 정치, 세대 갈등을 통한 분열 정치 등을 선보였다. 이같은 분열의 정치는 기성 정치인이 이념을 놓고 비효율적이고 비실용적인 정치 싸움만 벌였던 것보다 더 큰 부작용을 낳고 있다. 청년 정치에 대한 혐오까지 나올 정도다.

특히 김남국 의원의 코인 거래 논란은 청년 정치인의 부도덕성을 부각하며 청년 정치를 외면하게 만드는 요인이 되기도 했다.

한 여권 관계자는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시원하고 통쾌한 이미지를 줄 수 있단 판단에서 꺼낸 발언은 청년 정치인이 '할 말은 한다'는 이미지도 심어줬지만 그 반대 이미지도 강하게 전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여야는 청년 정치인 중용을 위한 공천 배려나 젊은 인사의 비대위원 기용을 추진 중이다.

국민의힘의 경우 총선기획단에서 '더 젊어진 청년 공천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청년을 연령대별로 나눠 가산점을 주는 방식을 채택했다. 혁신위원회에서는 비례대표 당선 순번 안에 50%를 청년으로 채우고, 청년전략지역구를 설정하자는 안이 제시됐다. 한동훈 비대위는 20~40대 비대위원을 대거 중용했다.

민주당은 총선기획단이 현행 당헌당규에 명시된 청년 의무공천 조항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국회의원 선거 후보자 추천시 청년 후보자를 10% 이상 추천해야 한다는 규정을 현실화해야 한다는 차원의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다만 지도부 일각에서는 이제 물갈이 대상이 '청년'이 아닌 '전문성'이 검증된 인사여야 한다는 기류도 흐르고 있다.

 


                    4·5 재보궐선거 투표일인 5일 전북 전주시 서신동주민센터에서 한 유권자가 투표를 하고 있다. 2023.04.05.     뉴시스

 

 

평론가들 사이에서는 청년 정치를 바라보는 시선이 엇갈렸다. 청년 정치가 이미 구태 정치가 됐다는 지적이 나오는 반면 좀 미흡하더라도 젊은 정치인 육성은 대한민국 정치를 위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한 평론가는 "나이로 정치하는 건 아니다. 586세대가 문제라고 하지만 청년 정치가 퇴색됐다는 평이 나오는 건 그들을 대체할만한 전문성이나 네트워크, 능력 등이 검증된 바가 없다는 게 드러난 것"이라며 "그런 상태에서 청년 물갈이를 얘기하면 누가 해주겠나. 이런 부분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평했다.

이에 비해 또 다른 평론가는 "사실상 역대 모든 선거에서 청년들은 장식으로 쓰였던 측면이 있긴하다. 하지만 김대중, 김영삼 같은 전 대통령들도 선거 때 청년 아이콘을 활용했다. 그 시절 등장했던 사람들이 추미애 전 대표, 천정배, 정동영 전 장관 이런 사람들이다. 그땐 그들도 청년이었다"고 했다.

이어 "21대 일부 의원들은 실망을 안겼지만 그 당시 데뷔했던 청년 정치인들은 5~6선 등 다선 의원을 했고 한 정부에서 장관 역할도 했다. 결국 하기 나름인 거다. 청년 정치는 늘 있어왔고 그들이 중진으로 성장하고 정치권 거물로 크는 사례는 분명히 있다"고 강조했다.

현실적 한계는 분명히 존재한다. 여야 모두 청년 정치인의 육성 시스템이 부재하다는 지적이다. 물론 정당의 육성 시스템이 청년에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유명 정치인, 강사 등을 초빙해 특강을 듣는 수준의 방식으로는 청년 정치인 육성을 시스템화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민주당 한 현역 의원은 "하다못해 출마에 관심 있는 사람이 있다면 선거법, 정당법, 정치자금법 등 현실적인 부분에 대한 교육, 강의부터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며 "특강만 백번 듣는다고 정치인으로서의 소양이 쌓이는 것이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문제는 '자금'이다. 청년의 신분으로 정계 입문을 위해 쓰이는 비용은 크나큰 부담이다.

국회의원 출마를 위해서는 1500만원이란 기탁금을 내야한다. 실제 후보자로 활동하게 될 경우 선거사무실 임대료는 물론 선거운동원, 공보물, 유세차 등 선거운동에 필요한 비용도 수천만원 상당이 들어 만만치 않다. 또 이를 모두 보전받을 수 있는 득표율 15%, 또는 절반을 보전 받을 수 있는 10% 이상 15% 미만의 지지를 얻는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기성 정치와 선을 긋고 새롭게 시작을 하려고 한다해도 '벽'에 부딪힌다. 창당 기준이 높다. 현행 정당법상 하나의 정당을 창당하려면 서울을 포함한 전국 5개 이상 광역자치단체에 시도당을 둬야 한다. 그런데 하나의 시도당에 각각 1000명 이상의 당원이 모여야 창당을 할 수 있다. 전국 단위 규모로 최소 5000명은 조직화 되어야 하는 현실이다.

한 정치평론가는 청년 정치에 대한 전망을 어둡게 봤다. 그러나 방향성을 잘못 잡았기 때문에, 그리고 기성세대에 의해, 전망이 어둡다는 평이다.

이 평론가는 '청년 정치가 22대 국회에서는 명예회복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는가'라는 질문에 "단언한다. 없다"고 했다.

이어 "청년 정치의 꿈을 위해서는 그들의 역량이 중요하다. 감동은 아니라도 꿈과 공감을 만들어가야 한다"며 "그런데 청년 정치인들을 보면 여야를 막론하고 극한 투쟁에 총대를 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 "청년 정치는 청년들이 하는 정치가 아니다. 누가 하든지 청년들의 눈물과, 청년들의 고민과, 청년들이 가야할 길을 만들어주는 것이 청년 정치의 힘"이라고 덧붙였다.

 

뉴시스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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