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11일 서울 동대문구 삼육보건대학교에서 대한민국 생존전략이라는 주제로 초청강연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뉴시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독자 행보에 시동을 걸었지만 실제 신당 창당까지 가시밭길이 예상된다. 친이낙연계서도 회의론이 팽배한 데다, 이 전 대표의 신당에 부정적 인식이 높다는 여론조사 결과까지 나와 창당 노선이 힘을 받기 어려운 상황이다.
16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전 대표의 창당 움직임에 민주당 내부선 반낙(반이낙연)전선이 구축되는 모양새다. 그간 이 전 대표에 대응을 자제해온 민주당 의원들도 일제히 가세하면서, 계파를 불문하고 이 전 대표의 신당 창당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결집하고 있다.
당내 최대 의원모임 '더좋은미래(더미래)'는 전날 이 전 대표를 비판하며 신당 창당 선언을 철회할 것을 요청했다. 더미래는 기자회견에서 "민주당 당대표와 민주정부의 총리까지 역임하신 이낙연 전 대표께서 신당 창당을 선언한 것에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며 "함께 했던 민주당과 그 지지자들에 대한 최소한의 정치적 도리를 지켜달라"고 호소했다.
더미래 소속이자 계파색이 옅은 한 중진 의원은 "창당 선언이 나온 순간부터 이 전 대표는 민주당이 싸워야 할 적이 됐다"며 "특히 이 전 대표의 '제1당 목표' 발언은 내년 총선서 제1당 자리를 놓고 민주당과 싸우겠다는 의지를 명확히 드러낸 것 아니냐. 이제 당이 똘똘 뭉쳐 이 전 대표와 싸워야 한다"고 말했다.
친명계뿐만 아니라 친낙계에서도 회의론이 확산하고 있다. 친낙계 좌장으로 꼽히는 한 중진 의원은 뉴시스와 한 통화에서 "이 전 대표에게 신당 창당은 절대 안 된다고 만류했다"고 전했고, 이 전 대표 측근 이병훈 의원도 기자회견서 "신당은 제1야당 민주당 분열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친낙계로 분류되는 이개호 정책위의장도 SNS를 통해 "하나된 민주당만이 이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전 대표 지지기반인 광주·호남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긴 매한가지다.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페이스북에서 "이 전 대표는 신당 창당이 아니라 이재명 대표와 손잡고 윤석열 독주정권에 투쟁해야 미래가 있다"고 말했고, 조오섭 의원도 "이 전 대표 신당 창당은 윤석열 정권을 이롭게 할 뿐만 아니라 윤 정권을 심판하라는 민의를 저버리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반명계로 여겨지는 당내 의원 모임 '원칙과상식'조차 이 전 대표와 거리두기에 나선 모습이다. 이원욱 의원과 조응천 의원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이 전 대표의 창당 행보를 두고 "당황스럽다" "서두른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한 관계자는 "원칙과상식은 탈당이 아니라 당 내부서 변화를 꾀해 보겠다는 계획인데, 이 전 대표 행보로 인해 원칙과상식 진정성까지 왜곡되는 것이 싫다는 것"이라며 "한마디로 이 전 대표와 한 데 묶이고 싶지 않은 것"이라고 해석했다.
사실상 원내에선 이 전 대표 행보에 공감하는 이를 찾기 어려운 상황. 이 전 대표가 본격적인 창당 행보를 걷기도 전 스텝이 꼬였다는 진단이 나온다. 한 친명계 초선 의원은 "이낙연계 의원들조차 돕지 않는데 이 전 대표가 대체 어떤 사람들과 창당을 하겠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다"며 "총선은 다가오는데 민주당 내부선 더 이상 운신할 공간이 없으니 마음이 조급한 탓에 주변 측근들조차 설득하지 못한 채 가속페달을 밟은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 전 대표의 신당론이 유권자들 사이서 별반 호응을 얻지 못한다는 점도 회의론에 힘을 더한다.
이 전 대표의 신당 창당에 대해 유권자 절반 가까이는 부정적으로 인식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전날 나왔다. 한국갤럽이 지난 12~14일 전국 유권자 100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 전 대표 중심 신당 창당에 대한 물음에 46%는 '좋지 않게 본다'고 답했다(표본 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응답률 13.2%·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 여론조사 기관은 "이낙연 신당 창당은 민주당이나 진보 진영의 분열 가능성을 의미하므로 오히려 여권에서 반기는 것으로 읽힌다"고 분석했다.
이 전 대표 측 관계자는 통화에서 "제3지대 논의는 지금부터다. 지금 여론조사 결과는 의미없다"고 일축했지만, 이 전 대표 지지세가 좀처럼 확산되지 않는 데 대해선 고심이 엿보였다. 일각에서 제기된 '3총리(이낙연·정세균·김부겸)' 연대 가능성도 희박하다는 게 정치권 중론이다.
계파색이 옅은 또 다른 수도권 중진 의원은 '제3지대' 움직임을 두고 "내년 총선 투표장에 나올 중도층이 어떤 목적으로 투표장에 나올 것인지 잘 생각해봐야 한다"며 "중도층 민심을 잘못 읽으면 성공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그는 "윤석열 심판 또는 이재명 심판이란 목적을 행하는 데 있어 방해가 되는 세력이 있으면 유권자들은 그들을 밟고 지나가는 성향이 있다"며 제3지대 성공 가능성을 회의적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