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 P6 각형 배터리 이미지. (사진=삼성SDI) 2023.10.23 뉴시스
삼성SDI가 현대자동차의 전기차 배터리를 공급하기로 했다. 양사가 배터리 공급 계약을 맺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SDI는 오는 2026년부터 2032년까지 7년간 현대자동차의 차세대 유럽향 전기차에 들어갈 배터리를 공급한다고 23일 밝혔다.
공급 규모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업계에서는 삼성SDI가 공급할 물량으로 고성능 전기차 약 50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40GWh(기가와트시)가량으로 추산하고 있다. 삼성SDI 헝가리 공장에서 생산해 현대차의 유럽 현지 공장에 공급할 예정이다.
이번 계약으로 삼성SDI가 현대차에 공급하는 제품은 현재 개발 중인 6세대 각형 배터리인 'P6'다. P6는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 양극재의 니켈 비중을 91%로 높이고 음극재에 독자적인 실리콘 소재를 적용해 에너지밀도를 극대화한 제품이다. 특히 제조 공법 개선을 통해 10분 만에 80% 이상 충전이 가능한 급속 충전 기술을 탑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SDI는 이번 계약을 통해 현대차를 새로운 고객사로 확보하는 한편, 향후 협력 확대 기회를 열어 둠으로써 추가 성장 동력을 확보하게 됐다. 현대차는 LG에너지솔루션, SK온과는 협력 관계를 이어왔지만 삼성SDI의 배터리는 공급받지 않았다.
현대차는 각형 배터리를 통해 폼팩터 다변화가 가능해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현대차는 LG에너지솔루션·SK온에 파우치형 배터리를 공급받고, 각형 배터리는 중국 CATL로부터 공급받아왔다. 이번 삼성SDI와 계약으로 각형 배터리 고객사를 다변화하는 데 성공했다. 양사는 향후 차세대 배터리 플랫폼 선행 개발 등 협력관계도 지속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한편 이번 공급계약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 2020년 삼성SDI 충남 천안사업장에서 회동한 이후 3년 만이다. 당시 두 총수는 전기차 배터리 생산라인 등 사업장을 둘러보거나 전고체 배터리 개발 현황을 논의하는 등 의견을 나눠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후 양사는 일회성 회동이 아닌 꾸준히 기술 교류 등을 이어오며 이번 계약까지 이른 것으로 분석된다.
최윤호 삼성SDI 대표이사 사장은 "글로벌 자동차 산업을 선도하는 현대자동차와의 전략적 협력의 첫 발을 내디뎠다"며 "삼성SDI만의 초격차 기술경쟁력, 최고의 품질로 장기적인 협력 확대를 통해 현대자동차가 글로벌 전기차 시장 리더십을 강화하는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