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흥 광주시 친일잔재 청산 태스크포스 위원장이 제76주년 광복절을 나흘 앞둔 11일
광주 북구 임동 전남방직 공장 앞에서 열린 단죄문 제막식에서 경과 설명을 하고 있다
. 단죄문엔 일제 방적회사의 노동수탈과 해방 이후 적산을 불하받은 김용주의 친일반
민족행위이 담겼다. 2021.08.11. 뉴시스
"진상규명은 뒷전이고 축제만 하는 것 같다" "5·18은 당사자들의 밥그릇이 아니다" "광주라는 울타리에서 벗어나야 한다"
올해 오월어머니상을 수상한 ㈔한국사회조사연구소의 김순흥 소장이 수상 소회로 '5월 광주'에 따끔한 일침을 가했다.
김 소장은 22일 '제17회 오월어머니상을 받으며'라는 글을 통해 "5·18 45주년이 되기 전에 5·18에 관한 전반적 검토가 필요하고, 5·18에 대한 총체적 점검을 통해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설정할 것"을 주문했다.
김 소장은 이를 위해 우선, 5·18 관련 공조직과 당사자 단체들의 5·18 관련 활동과 역사, 사업과 예산의 효율성에 대한 냉정한 평가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여러 조직이 많은 예산을 쓰면서 벌여온 사업들이 5·18 주요 과제인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정신계승에 과연 얼마나 효과가 있었는지 정밀 검토해 미래 5·18을 설계해야 할 때라는 판단이다.
김 소장은 "5·18재단과 전남대 5·18연구소 등이 진행해온 매우 중요하고 의미있는 일들도 있지만 전시 효과에 그친 적도 많고, 근래엔 매너리즘에 빠졌는지 의례적 반복사업만 보인다"고 지적했다.
또 "5·18은 아픈 역사로만 남아있어선 안되기에 축제와 잔치가 돼야 마땅하나 그와 함께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정신계승이라는 목표달성도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며 "지금은 진상규명은 뒷전이고 축제만 하는 것 같다. 염불은 안하고 잿밥만 뿌리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비판했다.
이어 당사자 심판론을 강조했다. 김 소장은 "5·18 당사자들은 일선에서 '선수'로 뛰기보다는 다른 사람들이 5·18을 제대로 다루고 있는지 감시하는 '심판'의 역할을 해야 하고, 그것이 5·18이 영원히 사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또 "5·18은 당사자들의 밥그릇이 아니다"며 "밥그릇 싸움이 되면 5·18 희생자들의 숭고한 희생의 가치도 폄하되고, 결국 5·18은 죽는다"고 밝혔다.
나아가 "5·18은 광주 만의 것도 아니다"며 "당사자들의 손에서, 광주라는 울타리에서 벗어나 광주가 아닌 다른 지역 사람들을 끌어들여야 진상규명, 전국화, 세계화가 가능하고 정신계승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소장은 끝으로 지난 1995년 젊은 학자들이 사재를 털어 '5·18 국제학술회의'를 첫 개최한 사례를 예로 들며 "5·18을 '정치·운동권의 장'에서 '학문·역사의 장'으로 넓히는 중요한 계기였다"며 학술적 연구에 대한 지원을 촉구했다.